5. 검찰의 단속의지 결여와 솜방망이 처벌의 결과
불법시술 병원 고발 이후 4개월이 훨씬 지난 어느날 고발 당한 한 병원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검찰의 조사 결과 자신의 병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서 그로 인한 명예훼손
과 함께 심적, 물적 피해가 심대했다는 내용이었다. 명확히 사과하지 않으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
고 했다.
이런 일은 검찰이 낙태죄 수사에 관한 한 이상할 정도로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했으며 결국 무혐의 처분, 약식 기소, 불구속 입건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림
으로써 불법낙태시술 병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로 인해 현행법에 의한 정당한 법집행을 호소했던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오히려 불법시술 병원
으로부터 명예훼손 또는 무고죄로 역공을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사법부가 현행법을 집행하려 할 때에 그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 예외 없는 공정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런 기본을 무시한 채 주위의 눈치를 살피거나 이해당사자인
어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일말의 의혹의 소지가 있다면, 아무리 지난 판례와의 형평성
여부를 논하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어느 한 검사나 판사의 개인적 소신에 의해서 또는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서 현행법의 엄정한
법집행이 훼손되거나 왜곡된다면 그것은 실로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일종의 범죄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고발건에 대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잠시동안 얼어 붙어있던 낙태 현장은 결국 법적으로도
별 것이 없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고발 전의 상황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거의 모든 낙태수술이 사실상 아무런 문제 제기도 없이 재개되고 있는
상태이다.
6. 보건복지가족부의 복지부동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에서도 고발건 이후 3월 2일자로 낙태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중장기 대책을 내놓았으나 역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여론무마용 대책에 그쳤다.
복지부는 지난 수십년 동안을 낙태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실효성 있는 정책도 펼치지 못하고
있는데, 어렵사리 낙태가 공론화된 이 중요한 시기에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또 다시 예전의
비효율성을 고스라니 답습한 중장기적 대책이라니?!
이 말은 현 상황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이 상태로 그대로 가자는 뜻이다.
이는 낙태문제를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응당 해야
할 노력은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의사와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복지부동의 대표적인
행태라고 아니 할 수 없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살을 깎는 심정으로 간신히 수면 위로 끌어 올렸던 낙태문제의 공론화와
낙태 줄이기 운동은 정부와 검찰의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서 다시 그전 자리로 원위치하게 되었다.




7월부터 시행하겠다던 복지부 129콜센터는 결국 허언이었군요..